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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90

⌜인간문제⌟ ⌜인간문제⌟ 저자 : 강경애 아버지 죽음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를 지주의 집에서 여종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선비. 지주를 향한 반항으로 농사조차 못 짓게 되어 결국 도시로 떠나게 되는 첫째.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뛰어든 지식인 신철. 떠밀리듯 세상과 맞닥뜨리는 그들을 통해 삶의 밑바닥에서 생존권조차 누릴 수 없었던 사람들의 참담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선비야, 너 아까 감독이 한 말을 다 곧이들었니?” 그는 이 경우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그건 왜 물어? 갑자기.” “아니 글쎄…… 감독의 한 말이 참말일까?” “난 몰라, 그런 것…….” “선비야! 그런 것을 몰라서는 안 된다. 저 봐라, 지금 야근까지 시키면서도 우리들에게 안남미 밥만 먹이고, 저금이니 저축이니 하는 그럴.. 2021. 10. 30.
⌜낙오⌟ ⌜낙오⌟ 저자 : 백신애 “나는 간단다.” 결혼을 앞둔 정희가 곧 동경으로 가겠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는다는 다짐이다. 무엇이든 먼저 하려는 심보인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말뿐이겠거니 싶기도 하지만,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이튿날 저녁이었다. 저녁을 마치고 나서 혼인 준비로 모인 친척들이 욱덕이며 신랑의 칭찬을 한다. 신식 결혼식은 어떻다는 둥 하고 안방이 터질것 같게 사람이 모여 앉아 있고 건너방에는 신랑집에서 보낸 물건을 구경하느라고 젊은 여인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삼층장, 옷걸이, 이불장 등에 꽉찬 비단옷을 일일이 들추어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신랑이 외동아드님이라나요. 그래서 이렇게 혼수도 장하답니다. 새 아씨는 트레머리 하는 까닭에 비녀는 그만두라고 했지만 요사이같이 금비녀 값이 .. 2021. 10. 30.
⌜동정⌟ ⌜동정⌟ 저자 : 강경애 아침마다 냉수 한 컵을 마시고 산보를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다음날부터 해란강변 우물에 나가 냉수 한 컵을 먹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물동이를 이고 가지밭이나 수수밭을 지날 때마다 꼭 만나는 여인이 있으나 우리는 모른 체하고 지나가곤 한다. 어느 날 본 그의 얼굴은 퍼렇게 피진 자국이 뚜렷하다. 오늘은 꼭 말을 건네고 싶어졌다. “왜 그 볼이 그리 되셨소?” “날 어떻게 보아요……? 말하자면 부인 같아요 남의 어멈 같아요, 혹은 술집 계집이나 이런 것들 같아요?” 나는 그를 말끄러미 보면서, “글쎄…… 부인이겠지……?” 어딘가 모르게 그의 전체에서 화류계의 냄새가 나는 듯 나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니 그의 버들잎같이 곱게 지은 눈썹이 새삼스럽게 내 눈에 거치었습니.. 2021. 10. 30.
⌜모자⌟ ⌜모자⌟ 저자 : 강경애 백일 기침에 신음하는 승호를 업고 친가를 나선다. 딸자식이니 몇 달은 보아주겠거니 했지만 남보다 못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제야말로 원수같이 지내던 시형네 집에 머리숙여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조카 자식도 자식이지. 오냐 가자! 이렇게 바람이 차고 눈 오는 날에 밖에 오래 있는 것이 승호에게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렇게 망설이며 가슴을 졸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승호야, 너 큰아버지 앞에서 기침을 참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자는 듯이 엎드려 있는 승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렇게 애원하다시피 하였다. 그는 멈칫 섰다. 시형네 문이 눈에 선듯 띄었던 것이다. 그리고 새로 페인트칠을 한 시형네 대문은 그가 오래간만에 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그는 뛰는 .. 2021.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