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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4

⌜조명희 단편집⌟ ⌜조명희 단편집⌟ 저자 : 조명희 “흉년은 벌써 판단된 흉년이지. 그러나 지금이라도 비만 온다면 아주 건질 수 없게 된 말라 죽은 것 외에는 다소간 깨어날 것도 있을 테니께. 그러한 것은 한 마지기에 단 벼 몇 말을 얻어 먹더라도…….” 고추상투를 하여 가지고 쥘부채를 왼손에 들고 슬쩍슬쩍 부치며 앉았던 반남아 늙은이의 참하게 대답하는 말이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벼 말박을 건질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되며 건진다 하더라도 며칠이나 먹게 될 테야 그게.” 여름에는 참외장수, 겨울에는 나무장수로 이름난 중년에 들어보이는 눈끔적이의 말이다. “그리고 저러고 간에 필경에는 다 죽네 죽어.” 눈끔적이와 같은 낫살이 들어보이는 세곱해 상투쟁이의 하는 말이다. “네기를 할……. 그럴 줄 알았더라면 매고 뜯지나.. 2022. 8. 30.
⌜저기압⌟ ⌜저기압⌟ 저자 : 조명희 권태롭다. 생활난, 직업난이라는 공포 속에서도 권태 또 권태다. 편집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휘 돌아본다. “에헤 이것 봐! 묵은 진열품들이 벌써 와서 쭉 늘어앉았네. 어제나, 오늘이나, 그저께나, 내일이나 멀미나게 언제나 한 모양으로……. 그런데 이 물건이 제일 꼴찌로 왔구나!” 간부통인 기자 하나가 앞으로 걸어오며 말한다. “오늘도 월급이 안 되겠다네!” 이 땅의 지식계급 ― 외지에 가서 공부깨나 하고 돌아왔다는 소위 총준 자제들 나갈 길은 없다. 의당히 하여야만 할 일은 할 용기도, 힘도 없다. 그것도 자유롭게 사지 하나 움직이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런 가운데 뱃속에서는 쪼로록 소리가 난다. 대가리를 동이고 이런 곳으로 디밀어 들어온다. 그러나 또한 신문사란 것도 자기네들 .. 2021. 10. 30.
⌜새 거지⌟ ⌜새 거지⌟ 저자 : 조명희 꽃필 무렵이지만 바람은 제법 쌀쌀하다. 그 바람이 마을 장꾼들의 홑두루마기 자락 속까지 파고든다. “세상의 인심이 참 살얼음판이야. 눈 없으면 코 베어먹을 세상이지……. 이렇게 지악만 해 가다가는 끝판이 어찌 될는고……?” 이른 저녁 거무스름한 형상들이 지껄댄다. “끝판이? 끝도 나는 때가 있겠지……. 창이 나서 뚫어지거나 무슨 요정이 나겠지…….” “어, 저 장돌네 집에 불이 다 켜졌네그려, 인제 왔는가?” “일전에 왔다네……. 우선 그것만 보게. 그 이 주사란 작자가 제 일가붙이인들 대단히 알겠나? 얼마 동안 그 집에 가서 얻어먹고 있다가 필경에는 내밀려서 쫓겨 왔다네, 아무리 병신이요 홀로 된 제 일가 아낙네기로소니 그같이 모으기에만 악독한 놈이 돌아다보겠나?” - 책 .. 2021. 10. 30.
⌜낙동강⌟ ⌜낙동강⌟ 저자 : 조명희 방금 차에서 내린 일행은 배를 기다리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청년회원, 형평사원, 여성동맹원, 소작인조합, 사회운동단체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들은 ㅇㅇ감옥의 미결수로 있다가 병이 위중한 까닭으로 보석 출옥하는 박성운이란 사람을 고대 차에서 받아서 인력거에 실어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다. “과연, 들리는 말과 같이 지독했구먼. 그같이 억대호 같던 사람이 저렇게 될 때야 여간 지독한 형벌을 하였겠니. 에라 이 몹쓸놈들.” 그의 말과 같이, 박성운은 과연 낙동강 어부의 손자요, 농부의 아들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고기잡이로 일생을 보내었었고 그의 아버지는 농사꾼으로 일생을 보내었었다. 자기네 무식이 한이 되어 그 아들이나 발전을 시켜 볼 양으로 그리하였던지, 남 하는.. 2021.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