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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22

⌜광인수기⌟ ⌜광인수기⌟ 저자 : 백신애 그때 말인가요? 내 나이는 열일곱 살, 그이 나이는 열여덟이었지요. 그이가 나에게로 장가들게 되는 것을 아주 기뻐한다고 중매하던 경순이네 할머니가 나에게 말해 주더군요. 그래서 나도 속으로는 은근히 좋아서 어서어서 혼인날이 왔으면 싶어서 몹시도 기다렸지요. 그럭저럭 혼인식도 끝내고 첫날밤이 됐지요. 히히히. 참, 히히히 무척도 부끄럽더라. 문밖에서는 모두들 들여다보느라고 킥킥 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이는 부끄럽지도 않던지 온갖 재롱을 다 부리겠지요. 하느님, 당신 바로 판단하구료. 그이의 말이 옳습니까? 응? 대답해봐! 암! 암! 그렇지, 그 말이 죄다 틀린 말이지, 틀렸고 말고. 아예 당초에 인간이란 게 공부를 잘못하면 제 행동이 옳든 그르든 간에 아무리 틀린.. 2021. 7. 15.
⌜지하촌⌟ ⌜지하촌⌟ 저자 : 강경애 팔다리가 자유롭지 않은 칠성은 어려운 살림에 도움이 될까 하여 여기저기 구걸을 한다. 그러면서도 옆집 앞 못 보는 큰년에게 마음을 전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한편 늘 자신에게 보채기만 하는 동생들의 몰골은 꼴도 보기 싫다. “글쎄 살지도 못할 것이 왜 태어나서 어미만 죽을 경을 치게 하겄니. 이제 가보니 큰년네 아기는 죽었더구나. 잘 되기는 했더라만…… 에그 불쌍하지. 얼마나 밭고랑을 타고 헤매이었는지, 아기 머리는 고냥 흙투성이라더구나. 그게 살면 또 병신이나 되지 뭘 하겄니. 눈에 귀에 흙이 잔뜩 들었더라니. 아이구 죽기를 잘했지, 잘했지!?” 어머니는 흥분이 되어 이렇게 중얼거린다. 칠성이도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자신도 어려서 죽었더라면 이 모양은 되지.. 2021. 7. 15.
⌜어머니와 딸⌟ ⌜어머니와 딸⌟ 저자 : 강경애 옥은 남편이 자신에게 정이 없음을 알게 되어 괴롭다. 자신을 데려다 소중히 키워주신 시어머니의 유언이 마음에 걸린다. “봉준을 잘 길러라. 둘이서 싸우지 말고 잘살아야 한다. 옥아!” 하지만 그가 그렇다니 하는 수야 있나! 문득 떠오른 어머님의 말을 되뇌이며 눈물을 글썽인다. “믿지 마라! 남자를 믿지 말아라!” - 옥이는 입을 꼭 다물고 책상 위를 보았다. 봉준이는 옥을 뚫어져라 하고 보더니, “여보, 당신 마음이 요즈음 달라진 것 같구려.” “네? 달라졌다고요? 어떤 점으로 보아 하는 말씀이니까?” “어떤 점으로 보다니?” 그의 눈은 분함과 노여움으로 뒤집혔다. “물론 당신의 자유를 누가 말릴 수는 없지만 너무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함인지 옥이는 번연히 알았다. .. 2021. 7. 15.
⌜현숙⌟ ⌜현숙⌟ 저자 : 나혜석 L과 노시인, 현숙은 서로에게 작은 힘이 되어 주면서 한 여관에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현숙은 짐을 싸고 여관을 나선다. “네? 선생님 저는 고로苦勞하지 않아요. 엄벙하고 지내요. 그렇지 않으면 살길이 없지 않아요?” “응 그렇지.” “그러므로 저는 선생님이 생각하고 계시는 것보다 태연해요……. 나라는 여자는 고마운 일이 아니면 울고 싶지 아니해요. 남이 야속하게 한다고 울지 않아요!” - 책 속에서 [판매처] 교보문고 | 알라딘 | 예스24 2021.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