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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22

⌜최병화 동화 모음집⌟ ⌜최병화 동화 모음집⌟ 저자 : 최병화 진수는 자기도 알지 못하게 서점 앞에 와 섰으나 이제는 자기를 위하는 즐거움도 그 마음속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조금 아까 본 동무의 슬픈 행동이 마음속에 가득 차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책 살 것도 잊어버리고 그대로 경효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경효는 벌써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경효를 찾아보고 타일러 볼까.’ 하고 간신히 결심을 하고 발을 떼어놓으려 할 때 “옳지! 너로구나. 지금 서점 앞에 와 섰던 아이가.” “네! 그렇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는 게 무엇이냐, 나는 벌써 다 알고 있는데. 남의 가게에서 책을 훔친 놈. 어서 책을 내놓아라.”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어 아니야 내가 속을 줄 아니? .. 2022. 9. 5.
⌜십이월 십이일⌟ ⌜십이월 십이일⌟ 저자 : 이상 아내와 아이가 죽었다. 지독한 가난. X는 고향을 등지고 어머니와 함께 이국으로 떠났다. 결혼한 동생 T는 어머니를 모실 여력도 의지도 없으니. 어머니는 얼마 후 돌아가시고 만다. 타향살이를 하며 갖은 고초를 겪은 후 한 여관의 주인과 친구로 지내게 된다. 그는 여관 외에 처처에 상당한 건물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 여관 주인에게 재산을 넘겨 받은 X는 마침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예상 못한 세상에서 부질없이 살아가는 동안에 어느덧 나라는 사람은 구태여 이 대칭점을 구하지 아니하고도 세상일을 대할 수 있는 가련한 ‘비틀어진’ 인간성의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인간을 바라볼 때에 일상에 그 이면을 보고 그러므로 말미 암아.. 2022. 9. 5.
⌜마약⌟ ⌜마약⌟ 저자 : 강경애 ‘대체 이 산골로 뭘 하러 들어올까, 왜 그리 보득일 재워 눕히라 성화였나, 이리 멀리 올 줄을 짐작했다면 꼭 업고 올 것을. 또 한 번 물어봐.’ 잠깐 다녀올 데가 있다는 남편을 따라 나섰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날 죽이고 그가 죽으려고 이리 오나.’ 소름이 오싹 끼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잡는다. ‘저기 누구를 찾아가는 게지. 그래서 쌀 말이나 얻어 오려고 날 데리고 오는 게지.’ 한참 후에 이리 오는 신발소리가 있으므로 달려나왔다. “보득이가 깨었어요.” 목이 메어 중얼거리고 보니 뜻밖에 중국인만이 아니냐. 겁결에 발을 세우고, “여보!” 진서방 뒤를 살피니 있으려니 한 남편은 없고 어둠이 충충할 뿐이다. 머리끝이 쭈뼛해진다. 단박에 진서방은 그의 손을 덥석 쥐.. 2021. 8. 20.
⌜검둥이⌟ ⌜검둥이⌟ 저자 : 강경애 교실 문으로 검정개 한 마리가 덥씬 들어와 K선생을 향해 꼬리를 치며 달려온다. K선생은 반가운 마음이 있었으나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후회가 밀려온다. ‘아차 내가 또 감정적 행동을 했나 보구나!’ “그만둬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뭘 주어서 자꾸만 개가 간다고 저번 교장댁이 좋지 않은 기색을 하던데요.” 아내는 키승키승 보채는 경선이를 떨쳐 업으면서 말하였다. 어깨너머로 보이는 경선의 넓은 이마는 아내의 것을 똑 땄다고 본다. “늘 오니까, 그럴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오늘만은 줘야겠어. 아까 이놈이 교실에 들어왔단 말야. 그런 걸 막 때려줬지.” - 책 속에서 [판매처] 교보문고 | 알라딘 | 예스24 2021.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