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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17

⌜번뇌⌟ ⌜번뇌⌟ 저자 : 강경애 “이 사람아, 그래 장가를 안 간단 말인가. 어쩐 말인가?” 이미 얼근하게 취한 남편의 말에 R은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아주머니, 이놈은 감옥에서 버려졌답니다. 이야기 한 마디 할 것이니 들어주겠어요?” [판매처] 교보문고 | 알라딘 | 예스24 2021. 8. 20.
⌜마약⌟ ⌜마약⌟ 저자 : 강경애 ‘대체 이 산골로 뭘 하러 들어올까, 왜 그리 보득일 재워 눕히라 성화였나, 이리 멀리 올 줄을 짐작했다면 꼭 업고 올 것을. 또 한 번 물어봐.’ 잠깐 다녀올 데가 있다는 남편을 따라 나섰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날 죽이고 그가 죽으려고 이리 오나.’ 소름이 오싹 끼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잡는다. ‘저기 누구를 찾아가는 게지. 그래서 쌀 말이나 얻어 오려고 날 데리고 오는 게지.’ 한참 후에 이리 오는 신발소리가 있으므로 달려나왔다. “보득이가 깨었어요.” 목이 메어 중얼거리고 보니 뜻밖에 중국인만이 아니냐. 겁결에 발을 세우고, “여보!” 진서방 뒤를 살피니 있으려니 한 남편은 없고 어둠이 충충할 뿐이다. 머리끝이 쭈뼛해진다. 단박에 진서방은 그의 손을 덥석 쥐.. 2021. 8. 20.
⌜검둥이⌟ ⌜검둥이⌟ 저자 : 강경애 교실 문으로 검정개 한 마리가 덥씬 들어와 K선생을 향해 꼬리를 치며 달려온다. K선생은 반가운 마음이 있었으나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후회가 밀려온다. ‘아차 내가 또 감정적 행동을 했나 보구나!’ “그만둬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뭘 주어서 자꾸만 개가 간다고 저번 교장댁이 좋지 않은 기색을 하던데요.” 아내는 키승키승 보채는 경선이를 떨쳐 업으면서 말하였다. 어깨너머로 보이는 경선의 넓은 이마는 아내의 것을 똑 땄다고 본다. “늘 오니까, 그럴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오늘만은 줘야겠어. 아까 이놈이 교실에 들어왔단 말야. 그런 걸 막 때려줬지.” - 책 속에서 [판매처] 교보문고 | 알라딘 | 예스24 2021. 8. 20.
⌜지하촌⌟ ⌜지하촌⌟ 저자 : 강경애 팔다리가 자유롭지 않은 칠성은 어려운 살림에 도움이 될까 하여 여기저기 구걸을 한다. 그러면서도 옆집 앞 못 보는 큰년에게 마음을 전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한편 늘 자신에게 보채기만 하는 동생들의 몰골은 꼴도 보기 싫다. “글쎄 살지도 못할 것이 왜 태어나서 어미만 죽을 경을 치게 하겄니. 이제 가보니 큰년네 아기는 죽었더구나. 잘 되기는 했더라만…… 에그 불쌍하지. 얼마나 밭고랑을 타고 헤매이었는지, 아기 머리는 고냥 흙투성이라더구나. 그게 살면 또 병신이나 되지 뭘 하겄니. 눈에 귀에 흙이 잔뜩 들었더라니. 아이구 죽기를 잘했지, 잘했지!?” 어머니는 흥분이 되어 이렇게 중얼거린다. 칠성이도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자신도 어려서 죽었더라면 이 모양은 되지.. 2021.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