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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17

⌜강경애 단편집⌟ ⌜강경애 단편집⌟ 저자 : 강경애 “글쎄 살지도 못할 것이 왜 태어나서 어미만 죽을 경을 치게 하겄니. 이제 가보니 큰년네 아기는 죽었더구나. 잘 되기는 했더라만…… 에그 불쌍하지. 얼마나 밭고랑을 타고 헤매이었는지, 아기 머리는 고냥 흙투성이라더구나. 그게 살면 또 병신이나 되지 뭘 하겄니. 눈에 귀에 흙이 잔뜩 들었더라니. 아이구 죽기를 잘했지, 잘했지!?” 어머니는 흥분이 되어 이렇게 중얼거린다. 칠성이도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자신도 어려서 죽었더라면 이 모양은 되지 않았을 것을 하였다. “사는게 뭔지, 큰년네 어머니는 내일 또 김매러 가겠다더구나. 하루쯤 쉬야 할 텐데, 이게 이게 어느 때냐. 그럴 처지가 되어야지. 없는 놈에게 글쎄 자식이 뭐냐. 웬 자식이냐?” - ‘지하촌.. 2022. 8. 30.
⌜해고⌟ ⌜해고⌟ 저자 : 강경애 이 마을 저 마을 전전걸식하다가 박 초시의 눈에 들어 이 집에 들어온 김 서방이었다. 주인의 것이라는 생각은 잊고 몸을 아끼지 않은 덕인지 주인 박 초시는 이 신화면에 둘도 없는 재산가가 되었다. 그런데 그의 아들 면장이 오늘 김 서방을 불러 이야기한다. “그런데 말야, 우리집 형편이 이전 농사를 못하게 되지 않었나. 그러니 자네도 자네 갈 길을 취하여야 하네.” 아무리 박 초시가 없기로서니 나에게 이럴 수는 없다는 억울한 마음이 드는 김 서방이었다. 박 초시 생전에는 사명일마다 닭의 고기를 느긋하도록 먹었건만 주인이 돌아간 후부터는 그렇게 많은 닭을 기르건만도 닭의 발목 하나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손님이나 오며는 두 마리 세 마리 아끼지 않고 잡아서 술안주 하고 그나마.. 2021. 10. 30.
⌜채전⌟ ⌜채전⌟ 저자 : 강경애 어렴풋이 잠이 들었던 수방이는 중얼중얼하는 소리에 가만히 정신을 차리고 귀를 기울인다. “…그러니까 일꾼을 줄여야 하지 않겠수?” “그게 뭐 걱정이 되어요? 배추밭 부침이나 해 놓고 나서 내보내지.” 이야기를 듣게 된 수방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이야기를 해야 좋은가 안 해야 되나?’ 맹 서방은 감자 담은 광주리와 참대 바구니를 어깨에 올려놓고 손에 들고 벌컥 일어난다. 그래서 왜죽왜죽 집으로 들어간다. 이것을 바라보는 수방이는 가벼운 감격이 사르르 올라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더구나 광주리 위로 수북이 담아 올라간 감자를 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이 기뻤다. ‘저것을 내일 장에 갖다가 팔면 돈이 되지. 그 돈은 아부지가 가지구서 쌀두 사 오구 나무도 사 오지. 그리고 우.. 2021. 10. 30.
⌜강경애 산문 모음집⌟ ⌜강경애 산문 모음집⌟ 저자 : 강경애 • 간도를 등지면서, 간도야 잘 있거라 • 이역(異域)의 달밤 • 간도의 봄 • 나의 유년시절(幼年時節) • 내가 좋아하는 솔 • 여름밤 농촌의 풍경 점점(點點) • 간도 • 두만강 예찬 • 고향의 창공(蒼空) • 장혁주(張赫宙) 선생에게 • 어촌점묘(漁村點描) • 불타산 C군에게 • 기억에 남은 몽금포 • 원고 첫낭독 • 자서소전 • 봄을 맞는 우리집 창문 • 약수(藥水) 나는 언제나 글을 쓰게 되면 맨 먼저 남편에게 보입니다. 그는 한참이나 말없이 묵묵히 읽어 본 후에 나에게로 돌리며 다시 한번 크게 읽어보기를 청합니다. 나는 웬일인지 그 순간만은 가슴이 떨떨해지며 남편이 몹시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울울한 가슴으로 읽어 내려가다가는 남편이 어느 구에 불만을 품.. 2021.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