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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4

⌜십이월 십이일⌟ ⌜십이월 십이일⌟ 저자 : 이상 아내와 아이가 죽었다. 지독한 가난. X는 고향을 등지고 어머니와 함께 이국으로 떠났다. 결혼한 동생 T는 어머니를 모실 여력도 의지도 없으니. 어머니는 얼마 후 돌아가시고 만다. 타향살이를 하며 갖은 고초를 겪은 후 한 여관의 주인과 친구로 지내게 된다. 그는 여관 외에 처처에 상당한 건물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 여관 주인에게 재산을 넘겨 받은 X는 마침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예상 못한 세상에서 부질없이 살아가는 동안에 어느덧 나라는 사람은 구태여 이 대칭점을 구하지 아니하고도 세상일을 대할 수 있는 가련한 ‘비틀어진’ 인간성의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인간을 바라볼 때에 일상에 그 이면을 보고 그러므로 말미 암아.. 2022. 9. 5.
⌜권태⌟ ⌜권태⌟ 저자 : 이상 벽촌의 여름날은 지루해서 죽겠을 만큼 길다. 벌판은 어쩌자고 저렇게 초록색 하나로 돼먹었는지. 어제 보던 댑싸리 나무, 오늘도 보는 김 서방, 내일도 보아야 할 흰둥이 검둥이. 최 서방의 조카와 두는 장기에서 늘상 이기는 것조차 권태 아닐 수 없다. 참 싱거운 장난이다. [판매처] 교보문고 | 알라딘 | 예스24 2021. 8. 20.
⌜지팡이 역사⌟ ⌜지팡이 역사⌟ 저자 : 이상 어제 술을 마시고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상! 오정이 지났는데 무슨 잠이오, 어서 일어나요.” 주인아주머니의 듣기 싫은 목소리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그새 어디를 나갔다 돌아온 S와 함께 밥을 먹고 한 마장이 넘는 정거장까지 가서 한 지게에 5전씩이나 하는 냉수이지만 거저 주겠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놓고 벌덕벌떡 먹었습니다. 읍내에 들어간 주인 영감에게는 인사를 하지 못하고 집을 나와 기차를 타러 갑니다. ‘기차에 조심’이라는 간판을 읽으며 기차에서 보이는 쪽에는 ‘사람에 조심’이라고 쓰면 좋겠다고 할 만치 기관차는 귀엽고도 갸륵합니다. [판매처] 교보문고 | 알라딘 | 예스24 2021. 8. 20.
⌜날개⌟ ⌜날개⌟ 저자 : 이상 아내는 하루에 두 번 세수를 한다. 나는 하루 한 번도 세수를 하지 않는다. 나는 밤중 세 시나 네 시쯤 해서 변소에 갔다. 달이 밝은 밤에는 한참씩 마당에 우두커니 섰다가 들어오곤 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 18 가구의 아무와도 얼굴이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18 가구의 젊은 여인네 얼굴들을 거반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 아내만 못하였다. 열한 시쯤 해서 하는 아내의 첫 번 세수는 좀 간단하다. 그러나 저녁 일곱 시쯤 해서 하는 두 번째 세수는 손이 많이 간다. 아내는 낮에보다도 밤에 더 좋고 깨끗한 옷을 입는다. 그리고 낮에도 외출하고 밤에도 외출하였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나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 2021.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