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1 ⌜동정⌟ ⌜동정⌟ 저자 : 강경애 아침마다 냉수 한 컵을 마시고 산보를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다음날부터 해란강변 우물에 나가 냉수 한 컵을 먹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물동이를 이고 가지밭이나 수수밭을 지날 때마다 꼭 만나는 여인이 있으나 우리는 모른 체하고 지나가곤 한다. 어느 날 본 그의 얼굴은 퍼렇게 피진 자국이 뚜렷하다. 오늘은 꼭 말을 건네고 싶어졌다. “왜 그 볼이 그리 되셨소?” “날 어떻게 보아요……? 말하자면 부인 같아요 남의 어멈 같아요, 혹은 술집 계집이나 이런 것들 같아요?” 나는 그를 말끄러미 보면서, “글쎄…… 부인이겠지……?” 어딘가 모르게 그의 전체에서 화류계의 냄새가 나는 듯 나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니 그의 버들잎같이 곱게 지은 눈썹이 새삼스럽게 내 눈에 거치었습니.. 2021. 10.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