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저자 : 강경애
아침마다 냉수 한 컵을 마시고 산보를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다음날부터 해란강변 우물에 나가 냉수 한 컵을 먹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물동이를 이고 가지밭이나 수수밭을 지날 때마다 꼭 만나는 여인이 있으나 우리는 모른 체하고 지나가곤 한다.
어느 날 본 그의 얼굴은 퍼렇게 피진 자국이 뚜렷하다. 오늘은 꼭 말을 건네고 싶어졌다.
“왜 그 볼이 그리 되셨소?”
“날 어떻게 보아요……? 말하자면 부인 같아요 남의 어멈 같아요, 혹은 술집 계집이나 이런 것들 같아요?”
나는 그를 말끄러미 보면서,
“글쎄…… 부인이겠지……?”
어딘가 모르게 그의 전체에서 화류계의 냄새가 나는 듯 나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니 그의 버들잎같이 곱게 지은 눈썹이 새삼스럽게 내 눈에 거치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환멸에 가까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가 한층 더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그래 뭐요?”
“흥! 매소부, 매음부 아시지요?”
그의 입은 비쭉하면서 비웃음을 가득 띠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뭐라고 할 말을 잊으며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더러운 계집이라요. 이담부터 조심하세요.”
“누가 되고 싶어 되는가. 다 환경이 그리 맨들었지요.”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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