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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애18

⌜백신애 단편집⌟ ⌜백신애 단편집⌟ 저자 : 백신애 “아이그 어머니! 글쎄 그만 주무세요. 정 그렇게 제가 잘못했거든 내일 아침이 또 있지 않아요? 그만 주무세요, 네?” 어머니는 홱 돌아 앉아 담배만 자꾸 피우신다. 그 입술은 여전히 노여움에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참 잘못했습니다. 잘못한 것만 야단을 하시면 어떻게 해요. 이제부터 그리지 말라고 하셨으면 그만이지! 에로나! 주무세요. 왜 저를 사내자식으로 낳으시지 않으셨어요. 이렇게 잠도 못 주무시고 하실 것이 있습니까?” 억지로 어리광을 피우는 내 눈에는 눈물이 펜 ─ 돌았다. 나는 얼른 닦아 감추려 하였으나 차디찬 널빤지 위에서 끝없이 떨고 있을 오빠의 쓰린 생각이 문득 나며 덩달아 솟아오르는 눈물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 참 우스워 죽을 뻔.. 2022. 8. 30.
⌜백신애 산문 모음집⌟ ⌜백신애 산문 모음집⌟ 저자 : 백신애 • 종달새 • 납량 이제 • 추성전문 • 제목 없는 이야기 • 백안 • 눈 오던 그날 밤 • 도취삼매 • 연당 • 무상의 악 • 슈크림 • 울음 • 철없는 사회자 • 자서소전 (自敍小傳) • 초화 • 자수 • 금잠 • 춘맹 • 녹음하 • 종달새 곡보 • 금계랍 (金鷄蠟) • 촌민들 • 사섭 • 정거장 4제 • 나의 시베리아방랑기 • 청도기행 나는 어렸을 때 ‘쟘’ 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개구쟁이 오빠는 언제나 “야 잠자리!” 하고 나를 불렀다. 호리호리한 폼에 눈만 몹시 컸기 때문에 불린 별명이었다. 나는 속이 상했지만 오빠한테 싸움을 걸 수도 없어서 혼자 구석에서 홀짝홀짝 울곤 했다. 울고 있으면 어머니는 또 울보라고 놀리셔서 점점 더 옥생각하.. 2021. 10. 30.
⌜낙오⌟ ⌜낙오⌟ 저자 : 백신애 “나는 간단다.” 결혼을 앞둔 정희가 곧 동경으로 가겠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는다는 다짐이다. 무엇이든 먼저 하려는 심보인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말뿐이겠거니 싶기도 하지만,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이튿날 저녁이었다. 저녁을 마치고 나서 혼인 준비로 모인 친척들이 욱덕이며 신랑의 칭찬을 한다. 신식 결혼식은 어떻다는 둥 하고 안방이 터질것 같게 사람이 모여 앉아 있고 건너방에는 신랑집에서 보낸 물건을 구경하느라고 젊은 여인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삼층장, 옷걸이, 이불장 등에 꽉찬 비단옷을 일일이 들추어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신랑이 외동아드님이라나요. 그래서 이렇게 혼수도 장하답니다. 새 아씨는 트레머리 하는 까닭에 비녀는 그만두라고 했지만 요사이같이 금비녀 값이 .. 2021. 10. 30.
⌜호도⌟ ⌜호도⌟ 저자 : 백신애 “이년이 그래도 벼락을 맞지 않아서 근질근질하구나. 돈 오 전도 없어?” 남편은 오늘도 아내를 박차고 밟고 두들긴다. 그도 지쳤는지 이내 밖으로 휭 사라지자 죽은 것 같이 뻗고 있던 아내가 일어나 방 안의 흩어진 것들을 대충 정리한다. “암만 생각해도 할 수 없구나.” [판매처] 교보문고 | 알라딘 | 예스24 2021.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