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수⌟
저자 : 백신애
그렇다. 명희 씨는 천박하게 입으로나 행동으로서 나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결코 서로의 맘속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맘 안에는 내라는 이 정현수가 꽉 차여있다. 뻔뻔스럽게 무슨 자랑같이 마음속을 서로 고백할 수 없는 것이야, 세상 놈들은 부끄러워서 어떻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고백을 하는지.
현수는 팔짱을 끼고 턱 버티고 섰다.
‘이 세상에서 심각한 진리를 탐구하여 마지않는 사람은 오직 명희 씨와 나뿐이다. 그는 옥색을 사랑한다. 무궁무진한 광대무변의 우주의 끝까지 비추는 그 파란색을 사랑한다. 저 망망한 바다의 색도 파랗다. 오! 아니다. 아니다. 그렇다. 참! 현해탄(玄海灘)의 바다라도 왜 왜 물빛이 검을까!
“선생님 손님 오셨습니다.”
그때 기공실에는 병일이가 바쁘게 뛰어나오며 낭하에 선 중년 신사 한 분을 치료실 안으로 안내해 드렸다. 사흘 만에 처음 대하는 손님이다. 병일이는 부리나케 신사에게 치료 의자를 가리키고 컵에 물을 떠서 들고 섰다. 현수는 뻣뻣하게 선 채 움짝도 하지 않았다.
‘더러운 이 놈 정현수야. 돈을 벌기 위하여 살살 쥐새끼처럼 손님에게 아첨을 하려느냐.’
그는 창턱에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던 자기의 가슴을 쥐여 뜯고 슬플만치 구역이 났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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