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애 산문 모음집⌟
저자 : 백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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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쟘’ 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개구쟁이 오빠는 언제나 “야 잠자리!” 하고 나를 불렀다. 호리호리한 폼에 눈만 몹시 컸기 때문에 불린 별명이었다.
나는 속이 상했지만 오빠한테 싸움을 걸 수도 없어서 혼자 구석에서 홀짝홀짝 울곤 했다.
울고 있으면 어머니는 또 울보라고 놀리셔서 점점 더 옥생각하여 하루 종일 홀짝거리며 구석에 쪼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벽에다 손가락으로 낙서를 하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했다.
내가 홀짝거리던 그 구석 벽에는 세계지도가 붙어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홀짝홀짝 울 때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지도 위에 선을 그으며 ‘여기는 미국! 우리 집은 이런 데 있구나!’ 하며 혼자 재미있어 했다. 그럴 때 누군가가 러시아를 가리키며
“여기는 북극이라 사람이 살 수 없단다. 낮에도 어두컴컴하지. 그리고 오로라를 볼 수 있단다.”
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북극, 오로라, 낮에도 어둡다 라는 말에 ‘어머! 멋있는 나라겠다.’ 라고 생각했다. 십삼 세 소녀의 꿈은 끝없이 펼쳐졌다. 그때부터 나의 홀짝홀짝 구석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는 내 생활의 전부인 듯이 생각되었다. 북극, 오로라만이 아니라 레나강도 찾아내었고 바이칼호도 우랄산도 나의 아름다운 꿈속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 '나의 시베리아방랑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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