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저자 : 강경애
백일 기침에 신음하는 승호를 업고 친가를 나선다. 딸자식이니 몇 달은 보아주겠거니 했지만 남보다 못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제야말로 원수같이 지내던 시형네 집에 머리숙여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조카 자식도 자식이지. 오냐 가자!
이렇게 바람이 차고 눈 오는 날에 밖에 오래 있는 것이 승호에게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렇게 망설이며 가슴을 졸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승호야, 너 큰아버지 앞에서 기침을 참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자는 듯이 엎드려 있는 승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렇게 애원하다시피 하였다. 그는 멈칫 섰다. 시형네 문이 눈에 선듯 띄었던 것이다. 그리고 새로 페인트칠을 한 시형네 대문은 그가 오래간만에 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그는 뛰는 가슴을 쥐며 또다시 망설였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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