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
저자 : 허민
장자골에는 흉년도 자질다. 칡뿌리 죽실이 없어지면 솔잎을 후리고 송구도 베껴 먹는다. 신선의 음식이니 별천지 음식이니 하는 접장의 말은 기실 죽지 못해 하는 수작이다.
감자 톨이라도 있는 사람은 칠십 호 중에서도 대여섯 집밖에 없다 한다. 이러니 용쏘에 빠지고 덤에서 떨어진 귀신이 허다분하고 세간 다 팔고 만주나 북간도로 떠나는 사람도 있다.
할머니는 잠시 바깥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니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아무렇거나 줄초상 나겠다. 난 꿈마다 피옷을 입으니 야야 너 보내놓고 그 억심 쓰는 건 어찌 다 말로 해. 그래도 자꾸 가거등 어이 할라고, 글씨 네 죽고 나면 이 살림 어이 할라고.”
“어무이는 별생각 다 해서 목숨이 그리 쉬 끊어질까 배요. 몇 십 년 모질스런 살림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걸.”
“앙 그르니라. 내 말이 옳으니라. 인자 거기는 제발 덕분 가지 마라. 와 다른 일 다 두고 죽을 일을 한단 말고 끌끌.”
“이 많은 겅구(식구)며 빚을 어쩔라고. 누가 갚아 주나요. 그래도 내사 한 말에 일곱 양 반(일 원 오십 전)씩 받으니 꺼진 배가 뽕긋이 일어나더구먼요.”
이 말에 질린 할머니는 한참이나 머리를 긁다가
“별놈의 세상 어디 할 게 없어 바위를 누릉지 긁듯 하라노…… 끌끌.”
- 책 속에서
[판매처]
댓글